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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우울증과 암에 걸리는데 일조!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송주연(34)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부터 한다.
그의 집 욕실 한 곳에는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제가 놓여 있다.
머리를 말리고 나서 깔끔하게 뒤로 묶은 뒤에헤어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리고 나선 장미 향과 시트러스 향 등이 첨가돼 있는 수입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한 뒤에
맥박이 잘 뛰는 귀 뒤쪽과 손목에 향수 몇 방울로 마무리한다.
송씨는 며칠 전 심한 두통에 설사가 생겨 병원에 갔지만 스트레스와 과로를 줄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딱 부러지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전문의들은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volatile organic compounds)’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송씨의 아침 일정 중에서만 봐도 탈취제, 헤어스프레이, 스킨과 로션, 향수 등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다.

VOC란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기체 또는 반고체 상태의 물질.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몸 속에 들어오면 혈액에 쉽게 녹아 들어가며,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주로 페인트, 자동차의 마감재, 접착제 등에 들어 있다.
문제는 화장품, 향수, 탈취제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상생활 용품에도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
대표적인 것이 헤어스프레이, 왁스, 스킨과 로션, 향수, 탈취제, 공기 청정제, 욕실 세정제 등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두통, 어지럼증, 우울증 등의 원인일 뿐 아니라, 암 발병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냄새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양만 있어도 호흡기 점막 등을 통해 흡수돼
두통, 설사, 어지럼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헤어 스프레이에 함유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가정 안에서 입히는 피해는 광범위하다.
지난 2004년 알렉산드라 파로 영국 브리스톨대 박사팀이 어머니와 아기 등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헤어 스프레이를 매일 사용한 어머니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증에 걸린 비율이 26%, 두통 발생률은 10% 더 높았다.
헤어 스프레이를 매일 사용하는 어머니를 둔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설사 발생률이 32% 더 높았고,
어지러움을 동반한 귓병을 앓는 비율도 21% 더 많았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암 발병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탈취제에 사용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1998년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처음 발암물질로 규정한 뒤
국제암연구센터(IARC) 등에서도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피해는 장기간 지속된다. 김형렬 가톨릭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민감한 사람은 아주 적은 VOC에도 심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반복해서 오랫동안 VOC가 든 제품에 노출되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두통이나 구토 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함유된 생활용품이 많지만, 소비자들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품 용기에 휘발성 유기화합물 성분을 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취제, 세제 등은 주 성분 중
1~2개를 임의로 밝히면 그만이며, 화장품도 성분 공개가 제조사의 자율에 달려 있어
대부분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표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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